지난주 주말을 낀 연휴에 도쿄에서 가장 가깝다는 휴양지 “하코네(箱根)”를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출발하는 날이 마침 7월중 태풍으로서는 가장 크고 위력이 강한 녀석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날이었다.

전날부터 TV에서는 호들갑스럽게 사상 최대의 태풍이 상륙한다고 매 시간 보도를 하면서 외출을 삼가하고 여행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계속해서 내 보내고 있었다.

우리 가족과 같은 동네의 한국인 가족 두가족 모두 해서 7명의 용감무상한 용사들은 태풍에 굴하지 않고 토요일 새벽을 뚥고 하코네를 향해 출발 하였다.

태풍속이라 여행을 단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발을 하였는데 역시나 고속도로는 평소보다 붐비지 않았고,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너무 이른 도착에 체크인 시간까지 하코네의 관광지를 돌아 보기로 하여, 우선 유황 온천물을 이용해서 삶은 달걀을 먹을수 있는 "오와쿠다니(大涌谷)"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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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쿠다니 전경

대략 9시경에 도착하니 주차장도 한산하고 관공객도 드문 드문 있었다.

달걀을 삶는 곳은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어서 비가 엷게 내리는 산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우리 일행이 올라 갔을때는 다른 관광객이 없었는데 주위를 둘러 보고 계란을 먹으려 할때 꽤 많은 수의 단체 관광객이 올라왔다, 한국분들인지 한국말을 썼는데, 말씨는 북한 말투라 어디서 왔을까 무척 궁금했지만 선듯 말을 걸지 못했다-_-;;

그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산길을 따라 올라왔는데 일본어 보다는 한국말이 더 많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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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하나소바에서 한장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산길을 달려 "하코네유모토(箱根湯元)"라는 하코네 열차의 종점역에 가서 점심으로 소바(메밀국수)로 유명한 "하츠하나(はつ花)소바"를 먹고 다시 산길을 올라와 "아시노코(芦ノ湖)"의 유람선을 탔다.

하코네 주변을 둘러본 우리는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숙소로 향했다.

"류구덴(龍宮殿)"에 도착하니 반갑게 종업원들이 맞아 주었다. 음 역시 비싼곳(같이 온 분의 회사 조합을 통해 예약해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했다)은 다르다,  짐을 풀고 바로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에 가니 그리 넓지 않은 곳에 어른 한명과 아이가 있어서 우리도 조용히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그런데 옆에서 아이가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한국 아이였다, 그리고 그후에 어른 한명이 들어 오셨는데, 이분 온천물에 들어 오시면서 “어 시원하다!”

결국 이국땅의 온천탕은 한국 사람 6명만이 이용하는 온천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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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창문으로 보이는 호수 전경

간단히 온천물에 몸을 담근 후 숙소로 돌아오니 매니저가 옆방이 비어 있으니 가족별로 방을 이용하시겠냐고 하길래 사양 않고 바로 우리짐을 옮겼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가보니 대연회장 같은 곳을 우리 일행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누릴수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 놀 만큼 커다란 연회장은 다음날 아침에도 이용하였다.

이틀째 9시경 체크 아웃을 한 우리는 산 건너편에 있는  온천 테마 파크인 "유넷상(ユネッサン)"을 향했다.

멀리서 보이는 통행 금지 표지와 함께 길이 봉쇄되었고 안내인 몇명이 지시봉을 들고 서 있었다.

어제 몇번 왕복을 한 산길이 현재 통행 금지 상태로 지나 갈수 없다고 한다.

다른 길이 없느냐고 하니 잘 모르겠다며, 본인 책임하에 가겠다면 막지는 않겠다고 한다.

현재 확인한 상태에서는 무너진 곳이 없지만 위험한 상태라 봉쇄하고 있는데 본인 책임하라면 통과도 가능하단다.

표시를 보니 "강우량 200mm 통행 금지"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아마 일정 수준의 강우량을 기록하면  통행금지를 하도록 되어 있나 보다, 다만 본인이 가겠다면 억지로 막지는 말라고 규칙인지도 모르겠다.

좀 걱정이 앞섰지만 아직은 차들이 다닐만 하지만,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 회피를 위해서 저렇케 대응하겠지 하는 생각에 우리들은 산길쪽을 택해 출발하였다.

올라가다 보니 일부 길에 물이 넘쳐 흘렀지만 아직은 크게 걱정할 수준의 양도 아니었고 반대편 차선으로도 차들이 왕래하고 있어 조금은 안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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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넷상 입구

도착한 유넷상은 실내와 실외로 구성되어, 다양한 온천탕과 풀장이 완비되어 있었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실외는 사용금지 된 상태여서 실내만 이용할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운전수인 나는 잠을 청하고 그외 일행은 계속해서 물놀이를 즐겼는데 한시경에 실외도 개방이 되어 제대로 시설들을 이용할수 있었다.

4시경에 우리들은 하코네를 뒤로 하고 도쿄를 향해 출발하였는데 하늘은 의외로 쾌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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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하늘

도쿄에 다가 갈수록 하늘은 검게 뒤덥였는데 태풍이 옆길로 샜는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태풍속에서 여행을 단행하였고, 운이 좋아서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수 있었다, 다만 무리한 여행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행 금지 지점에서 본인 책임하에 선택한 결정을 돌의켜 보면 결코 옳은 선택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행운이 늘 함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의 행운에 감사하며, 본인 책임하에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일본의 태평양 연안을 휩쓴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일본 열도 서쪽에서는 진도 6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였고, 도쿄도 한참 동안 흔들렸다.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Posted by 오픈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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